GPU
용어심층Graphics Processing Unit·그래픽 처리 장치
GPU는 그래픽 연산을 전담하기 위해 설계된 반도체로, 단순한 계산을 수천 개의 코어로 동시에 처리하는 병렬 연산에 특화되어 암호화폐 채굴과 인공지능 연산의 핵심 하드웨어로 쓰인다.
1.개요
GPU는 Graphics Processing Unit(그래픽 처리 장치)의 약자로, 본래 컴퓨터 화면에 이미지와 영상을 그리기 위한 연산을 전담하는 반도체이다. 하나의 복잡한 작업을 빠르게 처리하도록 설계된 CPU(중앙 처리 장치)와 달리, GPU는 단순한 계산을 수천 개의 코어로 동시에 처리하는 병렬 연산에 특화되어 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GPU는 그래픽 처리뿐 아니라 대량의 반복 계산이 필요한 여러 분야에서 활용된다.
GPU는 외장 그래픽 카드의 핵심 구성요소로 탑재되거나 메인보드, 휴대전화, 개인용 컴퓨터, 워크스테이션, 비디오 게임 콘솔 등에 내장된다. 원래는 디지털 화상 처리와 컴퓨터 그래픽스 가속을 위한 특수 회로였으나, 병렬 구조가 이른바 '처치 곤란 병렬 문제(embarrassingly parallel)'에 유용하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비(非)그래픽 계산으로 쓰임이 넓어졌다. 대표적인 비그래픽 용도가 신경망 훈련과 암호화폐 채굴이다.
암호화폐 분야에서 GPU가 주목받은 이유는 작업증명 방식의 채굴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작업증명 채굴은 조건을 만족하는 해시값을 찾을 때까지 무수히 많은 계산을 반복하는 과정인데, 이는 병렬 처리에 강한 GPU가 일반 CPU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작업이다. 초기 비트코인 채굴이 CPU에서 GPU로 옮겨간 것도 이러한 성능 차이 때문이었다.
[1]2.작동 원리 — CPU와의 차이
CPU와 GPU는 설계 철학이 다르다. CPU는 소수의 강력한 코어로 복잡한 명령 흐름을 순차적으로 빠르게 처리하도록 만들어진 반면, GPU는 상대적으로 단순한 다수의 코어를 두어 같은 종류의 계산을 여러 데이터에 동시에 적용하는 데 강하다.
이 병렬 구조가 위력을 발휘하는 대표적 연산이 선형대수(행렬·벡터 계산)이다. 선형대수 가속은 화면을 그리는 그래픽 처리의 바탕일 뿐 아니라 인공지능 연산의 핵심이기도 하다. 서로 독립적이어서 나눠 계산하기 쉬운 문제일수록 GPU의 코어들을 가득 채워 병렬로 돌릴 수 있으며, 이 때문에 GPU는 데이터가 많고 계산량이 큰 작업에서 CPU보다 압도적인 처리량을 낸다.
채굴 관점에서 보면, 해시 함수(해싱)를 서로 다른 입력값에 대해 끝없이 반복 계산하는 작업은 각 계산이 독립적이라는 점에서 전형적인 병렬 문제이다. 따라서 GPU는 같은 시간에 더 많은 해시를 시도할 수 있고, 이는 곧 더 높은 해시레이트로 이어진다.
3.역사와 용어의 유래
그래픽 전용 회로의 뿌리는 1970년대 아케이드 게임 하드웨어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레임 버퍼용 메모리가 비쌌던 시절, 별도의 비디오 칩이 화면이 스캔되는 동안 데이터를 합성하는 방식이 쓰였다. 1979년 남코의 갈락시안 아케이드 시스템은 RGB 색상, 다색 스프라이트, 타일맵 배경을 지원하는 전용 그래픽 하드웨어를 채택해 이후 여러 게임 회사에 널리 활용되었다.
1980년대에는 NEC μPD7220 같은 단일 칩 그래픽 디스플레이 프로세서가 등장해 저렴한 고성능 비디오 카드 설계를 가능하게 했고, 1987년 IBM은 640×480 해상도의 VGA 표준을 도입했다. 1990년대 들어 실시간 3D 그래픽 수요가 커지면서 하드웨어 가속 3D가 콘솔과 PC로 확산되었다.
'GPU'라는 용어 자체는 1994년 소니가 플레이스테이션의 도시바 설계 칩을 가리키며 사용한 것이 알려진 초기 사례이다. 이후 1999년 엔비디아가 변형·조명·삼각형 설정과 렌더링 엔진을 하나로 통합한 지포스 256을 '세계 최초의 GPU'로 마케팅하면서 이 말이 대중화되었다. 경쟁사 ATI는 2002년 라데온 9700을 내놓으며 'VPU(비주얼 프로세싱 유닛)'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4.암호화폐 채굴에서의 GPU
암호화폐 초창기에는 CPU로도 채굴이 가능했으나, 경쟁이 심해지면서 더 높은 연산 성능이 요구되자 채굴자들은 GPU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GPU 한 대가 CPU보다 훨씬 많은 해시를 병렬로 시도할 수 있었기 때문에, 채굴은 빠르게 GPU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여러 대의 GPU를 한데 묶어 운영하는 형태가 보편화되면서 대규모 채굴장이 생겨났고, 전력 소비와 발열 관리가 채굴 수익성을 좌우하는 주요 변수가 되었다. GPU는 하나의 알고리즘에 얽매이지 않고 여러 코인의 채굴에 두루 쓸 수 있다는 범용성 덕분에, 채굴 대상 코인의 수익성에 따라 유연하게 전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5.ASIC의 등장과 채굴 경쟁
이후 특정 해시 연산만을 전용으로 수행하도록 만든 ASIC(주문형 반도체)이 등장하면서, 비트코인처럼 SHA-256 계산을 사용하는 코인의 채굴은 대부분 ASIC이 차지하게 되었다. ASIC은 단일 목적에 최적화된 만큼 같은 알고리즘에서 GPU를 성능·전력 효율 양면에서 크게 앞선다.
그 결과 GPU 채굴은 ASIC이 지배하기 어려운 알고리즘을 쓰는 알트코인에서 상대적으로 오래 명맥을 유지했다. 채굴자에게 GPU와 ASIC의 선택은 초기 투자 비용, 전력 효율, 그리고 대상 코인의 알고리즘 변경 가능성 등을 함께 저울질하는 문제였다.
6.ASIC 저항 알고리즘
일부 암호화폐는 특정 하드웨어의 독점을 막고 채굴의 탈중앙화를 유지하기 위해, ASIC 제작이 어렵도록 메모리를 많이 요구하는 해시 알고리즘을 채택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스크립트처럼 메모리 사용량이 큰 방식은 값비싼 전용 칩보다 범용 하드웨어인 GPU에 유리하게 설계되었다.
이러한 이른바 '메모리 하드(memory-hard)' 알고리즘은 연산 자체보다 대용량 메모리 접근을 병목으로 삼아, 전용 칩의 이점을 상쇄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목표는 값비싼 특수 장비 없이도 일반 사용자가 자신의 GPU로 채굴에 참여할 수 있게 하여, 소수의 대형 채굴자에게 해시파워가 쏠리는 것을 늦추는 데 있다.
7.AI·머신러닝으로의 수요 이동
GPU의 연산 성능은 무어의 법칙에 따라 지속적으로 향상되어 왔으며, 최근에는 암호화폐 채굴보다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연산의 핵심 하드웨어로 그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2000년대 후반 엔비디아 지포스 8 시리즈와 스트림 처리 구조가 도입되면서 GPU는 그래픽을 넘어선 범용 연산 장치로 자리 잡았고, GPGPU(범용 GPU 컴퓨팅)라는 연구 분야가 형성되었다. 2007년 처음 공개된 엔비디아의 CUDA는 GPU 컴퓨팅용으로 널리 채택된 초기 프로그래밍 모델이며, 크로노스 그룹이 정의한 개방형 표준 OpenCL은 GPU와 CPU를 아우르는 이식성을 강조한다.
2020년대 들어 GPU는 대형 언어 모델 훈련처럼 방대한 데이터셋에 대한 신경망 연산에 점점 더 많이 쓰이고 있다. 일부 워크스테이션·데이터센터급 GPU에는 행렬 곱셈에 특화된 딥러닝 전용 코어(텐서 코어 등)가 탑재되어, 인공지능 워크로드에서 큰 성능 향상을 제공한다. 채굴로 대표되던 GPU 수요의 무게중심이 인공지능으로 옮겨간 셈이다.
8.GPU의 형태 — 전용과 내장
개인용 컴퓨터에서 GPU는 크게 전용(외장)과 내장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 전용(개별) 그래픽: 주 시스템 메모리에 의존하지 않고 GPU 전용 RAM(GDDR 등)을 사용한다. 그래픽 카드 형태로 장착되며, 고성능이 필요한 게임·렌더링·AI 훈련에 쓰인다.
- 내장 그래픽(IGP·통합 그래픽): 전용 메모리 대신 시스템 RAM의 일부를 나눠 쓰며, CPU와 같은 다이에 통합되거나(예: AMD APU, 인텔 HD 그래픽스) 메인보드 칩셋에 내장된다.
여러 GPU를 함께 묶어 처리 능력을 늘리는 기술로는 엔비디아의 SLI·NVLink, AMD의 크로스파이어 등이 있으나, 대다수 게임이 다중 GPU를 온전히 활용하지 못하고 비용 부담도 커 소비자 시장에서는 점차 드물어졌다. 반면 슈퍼컴퓨터, 워크스테이션, 그리고 AI 훈련용 서버에서는 여러 GPU를 병렬로 묶는 구성이 여전히 널리 쓰인다.
9.주요 제조사
많은 회사가 여러 브랜드로 GPU를 생산해 왔다. 2009년 기준 시장 점유율은 인텔, 엔비디아, AMD/ATI가 각각 약 49.4%, 27.8%, 20.6%로 상위권을 형성했는데, 인텔의 높은 비중은 CPU에 통합된 내장 그래픽이 널리 보급된 데 따른 것이다. 이 밖에 매트록스도 GPU를 생산하며, 중국의 Jingjia Micro는 자국 시장을 겨냥한 GPU를 만들지만 세계 판매량에서는 아직 선두 업체에 뒤진다.
외장 고성능 GPU 시장에서는 엔비디아와 AMD가 오랜 기간 경쟁해 왔으며, 두 회사는 각각 케플러·맥스웰·파스칼, GCN·RDNA 등으로 이어지는 마이크로아키텍처를 세대별로 발전시켜 왔다. 근래에는 인텔도 독립형 GPU 시장에 다시 뛰어들었다.
10.성능 측정
GPU 성능은 여러 요인의 조합으로 결정된다. 반도체 공정의 미세화 수준, 클럭 주파수, 온칩 메모리 캐시의 수와 크기, 그리고 실제 계산을 담당하는 코어 단위의 개수 등이 대표적이다. 이 코어 단위는 제조사에 따라 엔비디아의 스트리밍 멀티프로세서(SM), AMD의 컴퓨트 유닛(CU), 인텔의 Xe 코어 등으로 불린다.
GPU의 연산 성능은 일반적으로 초당 부동소수점 연산 횟수인 FLOPS로 측정하며, 2010~2020년대 GPU는 보통 테라플롭스(TFLOPS) 단위의 성능을 낸다. 다만 이는 이론상 추정치이므로, 실제 렌더링 속도나 애플리케이션 성능은 메모리 대역폭 등 다른 요인의 영향을 함께 받는다.
11.앞으로의 과제
GPU를 둘러싼 수요 구조는 짧은 기간에 크게 변해 왔다. 한때 암호화폐 채굴 붐이 고성능 GPU의 품귀와 가격 급등을 불러왔다면, 이후에는 인공지능 학습·추론 수요가 그 자리를 대신하며 데이터센터급 GPU의 확보 경쟁이 새로운 화두가 되었다.
앞으로의 과제로는 성능 향상에 따르는 전력 소비와 발열의 관리, 첨단 공정에 의존하는 공급망의 안정성, 그리고 특정 업체·특정 프로그래밍 생태계(예: CUDA)에 대한 종속 문제 등이 꼽힌다. 그래픽·채굴·인공지능이라는 서로 다른 수요가 하나의 하드웨어 위에 겹쳐 있는 만큼, GPU는 앞으로도 반도체 산업 전반의 흐름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로 남을 것이다.
12.연표9건
- 1979이정표남코 갈락시안이 RGB 색상·다색 스프라이트·타일맵 배경을 지원하는 전용 그래픽 하드웨어를 사용
- 1987이정표IBM이 최대 640×480 해상도를 지원하는 VGA 디스플레이 표준을 도입
- 1994이정표소니가 플레이스테이션의 도시바 설계 칩을 가리키며 'GPU'라는 용어를 사용
- 1999출시엔비디아가 지포스 256을 '세계 최초의 GPU'로 마케팅하며 용어가 대중화
- 2002출시ATI가 최초의 Direct3D 9.0 가속기 라데온 9700(R300)을 출시, 'VPU'라는 용어를 제시
- 2007출시엔비디아가 GPU 컴퓨팅용 프로그래밍 모델 CUDA를 처음 도입
- 2018출시엔비디아가 레이 트레이싱 코어를 넣은 RTX 20 시리즈를 출시
- 2019출시AMD가 RDNA 아키텍처 기반 라데온 RX 5000 시리즈를 출시
- 2020출시플레이스테이션 5와 엑스박스 시리즈 X/S가 RDNA 2 기반 GPU를 탑재해 출시
각주
GPU, 어렵지 않아요 그래픽 칩이 왜 채굴과 AI의 주인공이 됐나
1. GPU가 대체 뭐예요?
GPU는 'Graphics Processing Unit(그래픽 처리 장치)'의 약자예요. 원래는 컴퓨터 화면에 이미지와 영상을 그리는 계산만 전담하는 반도체였어요. CPU(중앙 처리 장치)가 복잡한 작업 하나를 빠르게 처리하도록 만들어졌다면, GPU는 단순한 계산을 수천 개의 코어(계산을 담당하는 작은 일꾼)로 한꺼번에 처리하는 '병렬 연산'에 강해요. 이 성격 덕분에 GPU는 화면 그리기뿐 아니라, 같은 계산을 아주 많이 반복해야 하는 여러 분야에서 두루 쓰여요.
GPU는 외장 그래픽 카드의 핵심 부품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메인보드나 휴대전화, 개인용 컴퓨터, 워크스테이션, 비디오 게임 콘솔 같은 기기 안에 내장되기도 해요. 처음엔 화상 처리와 컴퓨터 그래픽스를 빠르게 하려는 특수 회로였는데, 이 병렬 구조가 이른바 '처치 곤란 병렬 문제(embarrassingly parallel, 서로 상관없이 잘게 나눠 동시에 풀기 딱 좋은 문제)'에 유용하다는 게 확인되면서 그래픽이 아닌 계산으로도 쓰임이 넓어졌어요. 대표적인 비그래픽 용도가 바로 신경망 훈련과 암호화폐 채굴이에요.
암호화폐 쪽에서 GPU가 주목받은 이유는 작업증명 방식의 채굴에 잘 맞기 때문이에요. 작업증명 채굴은 조건에 맞는 해시값(계산으로 만든 특정 숫자)을 찾을 때까지 수없이 많은 계산을 반복하는 일인데, 이건 병렬 처리에 강한 GPU가 일반 CPU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해내는 작업이에요. 초창기 비트코인 채굴이 CPU에서 GPU로 옮겨간 것도 바로 이 성능 차이 때문이었어요.
이렇게 보면 쉬워요 · CPU가 어려운 문제를 혼자 푸는 우등생 한 명이라면, GPU는 쉬운 문제를 나눠 동시에 푸는 수천 명의 학생이에요.
2. CPU랑 뭐가 다른 거예요?
CPU와 GPU는 애초에 만든 목적이 달라요. CPU는 소수의 강력한 코어로 복잡한 명령을 순서대로 빠르게 처리하도록 만들어졌어요. 반대로 GPU는 상대적으로 단순한 코어를 아주 많이 두고, 같은 종류의 계산을 여러 데이터에 동시에 적용하는 데 강해요.
이 병렬 구조가 특히 힘을 발휘하는 계산이 선형대수(행렬·벡터 계산, 여러 숫자를 표처럼 묶어 한꺼번에 계산하는 방법)예요. 선형대수를 빠르게 하는 건 화면을 그리는 그래픽 처리의 바탕이기도 하고, 인공지능 연산의 핵심이기도 해요. 서로 상관없이 나눠 계산하기 쉬운 문제일수록 GPU의 코어들을 가득 채워 동시에 돌릴 수 있어서, GPU는 데이터가 많고 계산량이 큰 작업에서 CPU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양을 처리해요.
채굴 관점에서 보면, 해시 함수(해싱, 입력값을 정해진 규칙으로 특정 숫자로 바꾸는 계산)를 서로 다른 입력값에 대해 끝없이 반복하는 일은 각 계산이 서로 독립적이라 전형적인 병렬 문제예요. 그래서 GPU는 같은 시간에 더 많은 해시를 시도할 수 있고, 이건 곧 더 높은 해시레이트(초당 해시 계산 속도)로 이어져요.
3. 'GPU'라는 말은 언제부터 쓴 거예요?
그래픽 전용 회로의 뿌리는 1970년대 아케이드(오락실) 게임 하드웨어까지 거슬러 올라가요. 프레임 버퍼(화면 한 장을 담아두는 메모리)용 메모리가 비쌌던 시절이라, 별도의 비디오 칩이 화면이 스캔되는 동안 데이터를 합성하는 방식을 썼어요. 1979년 남코의 갈락시안 아케이드 시스템은 RGB 색상, 여러 색을 쓰는 스프라이트(움직이는 캐릭터 그림), 타일맵 배경을 지원하는 전용 그래픽 하드웨어를 채택해서, 이후 여러 게임 회사에 널리 쓰였어요.
1980년대에는 NEC μPD7220 같은 단일 칩 그래픽 디스플레이 프로세서가 나와서 저렴하면서도 성능 좋은 비디오 카드를 만들 수 있게 됐어요. 1987년에는 IBM이 640×480 해상도의 VGA 표준을 내놨고요. 1990년대 들어 실시간 3D 그래픽 수요가 커지면서 하드웨어로 3D를 빠르게 처리하는 방식이 콘솔과 PC로 퍼졌어요.
'GPU'라는 말 자체는 1994년 소니가 플레이스테이션에 들어간 도시바 설계 칩을 가리키며 쓴 게 알려진 초기 사례예요. 이후 1999년 엔비디아가 변형·조명·삼각형 설정과 렌더링(화면을 실제로 그려내는 처리) 엔진을 하나로 통합한 지포스 256을 '세계 최초의 GPU'라고 마케팅하면서 이 말이 널리 퍼졌어요. 경쟁사 ATI는 2002년 라데온 9700을 내놓으면서 'VPU(비주얼 프로세싱 유닛)'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어요.
4. 채굴은 왜 GPU로 하게 됐어요?
암호화폐 초창기에는 CPU로도 채굴이 가능했어요. 하지만 경쟁이 심해지면서 더 높은 연산 성능이 필요해지자, 채굴자들은 GPU를 쓰기 시작했어요. GPU 한 대가 CPU보다 훨씬 많은 해시를 동시에 시도할 수 있었기 때문에, 채굴은 빠르게 GPU 중심으로 재편됐어요.
여러 대의 GPU를 한데 묶어 돌리는 방식이 흔해지면서 대규모 채굴장이 생겨났고, 전력 소비와 발열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채굴로 돈을 버느냐를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가 됐어요. 게다가 GPU는 하나의 알고리즘(계산 방식)에만 묶여 있지 않고 여러 코인 채굴에 두루 쓸 수 있어서, 어떤 코인이 더 돈이 되느냐에 따라 유연하게 갈아탈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어요.
5. ASIC이 등장하고 나서 뭐가 달라졌어요?
이후 특정 해시 계산만 전용으로 하도록 만든 ASIC(주문형 반도체, 딱 한 가지 일만 하도록 맞춤 제작한 칩)이 등장했어요. 그러면서 비트코인처럼 SHA-256이라는 계산을 쓰는 코인의 채굴은 대부분 ASIC이 차지하게 됐어요. ASIC은 한 가지 목적에 최적화돼 있어서, 같은 알고리즘에서는 성능과 전력 효율 둘 다 GPU를 크게 앞서요.
그 결과 GPU 채굴은 ASIC이 지배하기 어려운 알고리즘을 쓰는 알트코인(비트코인 외의 코인)에서 상대적으로 오래 살아남았어요. 채굴자에게 GPU와 ASIC 중 무엇을 고를지는 초기 투자 비용, 전력 효율, 그리고 대상 코인이 알고리즘을 바꿀 가능성까지 함께 저울질하는 문제였어요.
6. 일부러 ASIC이 못 이기게 만든 알고리즘도 있어요?
네, 일부 암호화폐는 특정 하드웨어가 채굴을 독점하는 걸 막고 탈중앙화(권한이 한곳에 쏠리지 않게 하는 것)를 유지하려고, ASIC을 만들기 어렵도록 메모리를 많이 요구하는 해시 알고리즘을 일부러 골랐어요. 대표적으로 스크립트처럼 메모리를 많이 쓰는 방식은, 값비싼 전용 칩보다 어디에나 있는 범용 하드웨어인 GPU에 유리하게 설계됐어요.
이런 이른바 '메모리 하드(memory-hard, 계산 자체보다 큰 메모리를 자주 들락거려야 해서 병목이 생기는)' 알고리즘은, 계산 속도가 아니라 대용량 메모리 접근을 걸림돌로 삼아서 전용 칩의 이점을 상쇄하려는 거예요. 목표는 값비싼 특수 장비 없이도 일반 사용자가 자기 GPU로 채굴에 참여할 수 있게 해서, 소수의 대형 채굴자에게 해시파워(채굴에 쓰이는 전체 계산력)가 쏠리는 걸 늦추는 데 있어요.
7. 이제는 AI가 GPU를 더 많이 쓴다면서요?
GPU의 연산 성능은 무어의 법칙(반도체 성능이 일정 주기로 꾸준히 좋아진다는 경험 법칙)을 따라 계속 좋아져 왔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암호화폐 채굴보다 인공지능과 머신러닝(기계가 데이터로 스스로 배우는 것) 연산의 핵심 하드웨어로 그 수요가 크게 늘고 있어요.
2000년대 후반 엔비디아 지포스 8 시리즈와 스트림 처리 구조가 도입되면서 GPU는 그래픽을 넘어선 범용 연산 장치로 자리 잡았고, GPGPU(범용 GPU 컴퓨팅, GPU로 일반 계산까지 하는 것)라는 연구 분야가 생겼어요. 2007년 처음 공개된 엔비디아의 CUDA는 GPU 계산용으로 널리 쓰인 초기 프로그래밍 모델이에요. 크로노스 그룹이 정한 개방형 표준 OpenCL은 GPU와 CPU를 아울러 여러 기기에서 쓸 수 있는 이식성을 강조해요.
2020년대 들어 GPU는 대형 언어 모델 훈련처럼 방대한 데이터를 다루는 신경망 연산에 점점 더 많이 쓰이고 있어요. 일부 워크스테이션·데이터센터급 GPU에는 행렬 곱셈에 특화된 딥러닝 전용 코어(텐서 코어 등)가 들어가 있어서, 인공지능 작업에서 큰 성능 향상을 내요. 채굴로 대표되던 GPU 수요의 무게중심이 인공지능 쪽으로 옮겨간 셈이에요.
8. GPU에도 종류가 있어요?
개인용 컴퓨터에서 GPU는 크게 전용(외장)과 내장 두 가지 형태로 나뉘어요.
전용(개별) 그래픽은 주 시스템 메모리에 기대지 않고 GPU 전용 RAM(GDDR 등)을 따로 써요. 그래픽 카드 형태로 꽂아 쓰고, 높은 성능이 필요한 게임·렌더링·AI 훈련에 쓰여요. 반면 내장 그래픽(IGP·통합 그래픽)은 전용 메모리 대신 시스템 RAM의 일부를 나눠 쓰고, CPU와 같은 다이(칩 하나의 실리콘 판)에 합쳐지거나(예: AMD APU, 인텔 HD 그래픽스) 메인보드 칩셋에 내장돼요.
여러 GPU를 함께 묶어 처리 능력을 늘리는 기술로는 엔비디아의 SLI·NVLink, AMD의 크로스파이어 등이 있어요. 다만 대다수 게임이 다중 GPU를 온전히 활용하지 못하고 비용 부담도 커서, 소비자 시장에서는 점점 드물어졌어요. 반대로 슈퍼컴퓨터, 워크스테이션, 그리고 AI 훈련용 서버에서는 여러 GPU를 병렬로 묶는 구성이 여전히 널리 쓰이고 있어요.
9. GPU는 어떤 회사들이 만들어요?
많은 회사가 여러 브랜드로 GPU를 만들어 왔어요. 2009년 기준 시장 점유율은 인텔, 엔비디아, AMD/ATI가 각각 약 49.4%, 27.8%, 20.6%로 상위권을 이뤘어요. 인텔의 비중이 높은 건 CPU에 통합된 내장 그래픽이 널리 보급됐기 때문이에요. 이 밖에 매트록스도 GPU를 만들고, 중국의 Jingjia Micro는 자국 시장을 겨냥한 GPU를 만들지만 세계 판매량에서는 아직 선두 업체에 뒤처져 있어요.
외장 고성능 GPU 시장에서는 엔비디아와 AMD가 오랫동안 경쟁해 왔어요. 두 회사는 각각 케플러·맥스웰·파스칼, GCN·RDNA처럼 이어지는 마이크로아키텍처(칩 내부 설계 방식)를 세대별로 발전시켜 왔어요. 최근에는 인텔도 독립형 GPU 시장에 다시 뛰어들었어요.
10. GPU 성능은 어떻게 재요?
GPU 성능은 여러 요소가 함께 어우러져 결정돼요. 반도체 공정을 얼마나 미세하게 만드는지, 클럭 주파수(칩이 계산을 처리하는 박자 속도), 온칩 메모리 캐시(칩 안에 둔 빠른 임시 저장 공간)의 수와 크기, 그리고 실제 계산을 맡는 코어 단위의 개수 등이 대표적이에요. 이 코어 단위는 제조사마다 이름이 달라서, 엔비디아는 스트리밍 멀티프로세서(SM), AMD는 컴퓨트 유닛(CU), 인텔은 Xe 코어라고 불러요.
GPU의 연산 성능은 보통 초당 부동소수점 연산 횟수인 FLOPS로 재요. 2010~2020년대 GPU는 대개 테라플롭스(TFLOPS, 초당 1조 번대의 계산) 단위의 성능을 내요. 다만 이건 이론상 추정치라서, 실제 렌더링 속도나 프로그램 성능은 메모리 대역폭(데이터가 오가는 통로의 넓이) 같은 다른 요인의 영향도 함께 받아요.
11. 앞으로 GPU는 어떤 숙제를 안고 있어요?
GPU를 둘러싼 수요 구조는 짧은 기간에 크게 변해 왔어요. 한때는 암호화폐 채굴 붐이 고성능 GPU 품귀와 가격 급등을 불러왔는데, 이후에는 인공지능 학습·추론 수요가 그 자리를 대신하면서 데이터센터급 GPU를 확보하려는 경쟁이 새로운 화두가 됐어요.
앞으로의 과제로는 성능이 좋아질수록 따라오는 전력 소비와 발열을 어떻게 관리할지, 첨단 공정에 기대는 공급망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할지, 그리고 특정 업체나 특정 프로그래밍 생태계(예: CUDA)에 지나치게 매이는 종속 문제 등이 꼽혀요. 그래픽·채굴·인공지능이라는 서로 다른 수요가 하나의 하드웨어 위에 겹쳐 있는 만큼, GPU는 앞으로도 반도체 산업 전반의 흐름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로 남을 거예요.
토큰포스트 위키, “GPU”, 2026-07-31 수정, https://wiki.tokenpost.kr/w/gpuAccept: text/markdown 로 요청해도 같은 결과문단 11개 · 연표 9건 · 각주 1개